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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왔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초급 일본어 구사 능력과 여행자 신분으로 맞이한 타국의 일상은 철저히 오프라인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 매일 같이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던 당연함은 이곳에는 있을 리가 없었다. 쇼핑사이트 계정도 없고, 상품 설명을 읽을 수도 없다. 설령 주문해 배송이 오더라도 연락받을 전화번호도, 맡기라도 할 경비실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말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소비 포기 수준의 미니멀리즘까지는 아니어도, 간단하고 소박하게 지내보자는 같이 사는 분과의 합의를 통해 한국에서 가져오는 짐을 최소화했다. (다행히도 짐 최종 명단에 PS4는 포함되었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생활 필수 아이템은 사야 하기에 차를 타고 삿포로 시내 각지에 있는 쇼핑몰을 다니는 일이 하루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 1억2천만의 내수 시장 규모답게 카테고리별로 다양한 대형쇼핑몰이 있어 이들 쇼핑몰에 방문하는 것이 상당히 즐겁다.


메가돈키호테 앞에서 4칸을 점유중인 승합차. 일본인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니!


같이 사는 분과 ‘생활의 중심’으로 이름 붙인 대형마트 이온(AEON). 집 근처에 있는 탁월한 접근성과 쾌적한 공간, 쇼핑과 차와 식사 등 오만가지가 다 가능한 복합적 편리성은 매우 우수하나, 가격이 다른 전문몰 대비 저렴하진 않은 것 같다. 


그동안 드럭스토어로만 알고 있던 돈키호테의 개념을 부순 ‘잡화의 전당’ 메가돈키호테(MEGAドン・キホーテ). 코스트코가 생각나는 웅장한 매장크기와 엄청난 상품 종류, 온라인 가격과 견주어도 일본 내 배송비를 고려하면 싸다고 느껴지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거리를 극복하고 찾게 되는 곳이다.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ニトリ)도 같이 사는 분과 내가 특히 좋아하는 매장이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가격 대비 적절한 품질, 필요 때문에 상상한 제품이 실제로 매장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경험도 선사해주는 멋진 브랜드이다.


니토리에는 사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온라인 최저가를 핸드폰에 띄워 놓고 직원에게 보여주면 가격을 맞춰주는 충격을 선사한 요도바시카메라(ヨドバシカメラ), 신품은 물론 훌륭한 퀄리티의 중고품도 재작업을 통해 유통하는 야마다전기(ヤマダ電機)도 자주 방문한다. 특히 야마다는 상태 좋은 중고 세탁기와 냉장고를 저렴하게 구매하게 해준 고마운 곳이다. 이른바 ‘중고로운 평화나라’ 위주로 이루어지는 개인 간 직거래 중심의 한국 중고 거래와는 달리 일본은 스토어 위주의 중고품 매입과 판매도 활발하다. 중고전문 세컨드 스트리트(セカンドストリート)도 삿포로 시내에 다섯 군데 정도 매장이 있어 돌아가며 방문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세리아, 내추럴키친 등의 다양한 100엔샵과 이혼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먹거리 퀄리티의 여러 편의점 브랜드 경험도 몹시 즐겁다. 특히, 홋카이도에만 있는 편의점 브랜드인 Seicomart의 ‘HOT CHEF’ 주먹밥과 덮밥은 감동이 느껴질 정도이다. 각 매장 안에 주방과 주방장이 있어 냉장 유통과 전자레인지로 다시 데우는 과정 없이 따뜻한 상태 그대로 맛볼 수 있으므로 편의점 음식의 기대 수준을 뛰어넘는다.


중고 전문 세컨드 스트리트. 선물 받은 물건 고스란히 내다 판 것으로 추정되는 신품 급 중고도 많다.


90년대 말 인터넷 확산 초창기에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이 한동안 유행이었다. 주최 측이 제공하는 방에 틀어박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인터넷으로만 쇼핑해서 살아가는 대회였다. 지금 생각하면 뭐 이런 게임이 있었을까 싶지만, 당시에는 온라인 쇼핑으로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지금 이곳의 생활은 그와는 반대로 ‘오프라인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오프라인에 전적으로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다른 업무들과 섞여서 일 처리하듯 했던 인터넷쇼핑과 달리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오프라인쇼핑의 매력에도 차츰 눈을 떠가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몇몇 브랜드와 매장은 짧은 기간과 명소 위주의 여행 일정이라면 방문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삿포로에 온다면 한군데 정도는 들러, 조금은 색다른 여행 쇼핑의 즐거움을 느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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