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김 블로그

1월의 어느 멋진 날 본문

잡문

1월의 어느 멋진 날

쟈니김 2017.02.02 02:08

“This is close. Stand in line somewhere else.”

 

이름 모를 NHK 아나운서를 닮은 입국심사 담당이 외쳤다. 줄 서있던 시선들이 순간 내 뒤통수에 모였다. 담당은 따라오라며 앞장섰다. 따라 걷는 내 귀에는 수군거림이 따라왔다. 수십 걸음 걸어가니 와봤던 사무실 앞이다. 홋카이도에 처음 왔을 때도 입국심사가 문제였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이 사무실 문 앞에 한참을 세워놓았다. 대기줄이 없어질 무렵에야 통과했다. 수배 중인 한국인 범죄자와 이름이 같았단다. 수염도 길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때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엔 다르다. 사무실로 따라 들어가니 조사실로 안내한다. 낡은 책상만이 놓여있었다. 갈증이 났다.

 

담당은 조사실 밖에서 분주했다. 나는 숨을 한번 크게 쉬고 생각했다. 별다른문제 소지는 없었다. 지은 죄 없다. 무비자 체류 일자를 넘기지 않았다. 돈을 벌지도 않았다. 유흥업소 불법체류 의심 여성도 아니다. 3개월마다 오가며 장기여행을 마친 주변 선례도 있었다. 나는 홋카이도를 너무 사랑해서 휴직까지 감행한 장기 여행자이다. 자존감을 찾았다.

 

담당이 왔다. 일본식 영어 발음으로 천천히 비보를 전했다. 작년 하반기 83%를 일본에 체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입국을 불허한단다. 그게 왜 문제냐 물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가슴 아래에서 울화가 꿈틀댔다. 빼애액. 한국식 난동을 고민했다. 그러나 여긴 남의 나라이고 말도 안 통한다. 난동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 의도가 순수해도 상대방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들은 의심이 직업이다. 순순히 따르자. 담당은 신용카드가 있냐고 묻는다. 여기저기 서둘러 전화를 했다. 일본은 나의 장기여행을 위한 무비자 입국요청을 거부했다.

 

비행기 맨 뒷좌석에 앉았다.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한 시간 전에 작별 인사를 나눈 승무원과 어색한 눈인사를 했다. 물 한잔 드시겠냐며 말을 건넨다.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한꺼번에 물을 다 마셨다. 거친 숨이 잦아들자 스멀스멀 돈 생각이 난다. 난생처음 탑승게이트에서 결제해봤다. 갈증이 다시 난다. 그래도 담당이 서둘러 노숙은 면했다. 밉지만 고마웠다. 고마움도 잠시, 다시금 돈 생각이 커진다. 항공사 정가라니. 아직도 속이 쓰리다.

 

돌아오는 밤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경기도 상공을 지날 때는 도시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야경이 유독 아름다웠던 1월의 어느 멋진 날. 내 남은 휴직 계획도 멋지게 망가졌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