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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아저씨

쟈니김 2017.03.18 02:58

여러 운동 종목을 즐길 수 있는 ‘하남 스타필드 스포츠몬스터’에 갔다. 모처럼 육아에서 해방돼 바깥세상으로 나온 후배와 함께였다. 개학한 탓인지 꼬마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신 대학 초년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많았다. 금요일이니까 수업이 없나보다 생각했다. 아이고 좀 쉬고 하자 하는 우리와 달리 그들은 참 열심히도 몸을 움직였다. 우리는 차분한 종목으로 커피 내기를 했다. 농구 투바운드, 다트, 사격 세 가지 종목으로 3판 2승. 내가 두 판을 내리 졌다. 다트 연습게임은 내가 이겼는데 본게임에서 졌다. 2패를 먼저 했으나 마지막 사격은 내가 이겼다. 심지어 고득점 이벤트 대상에 포함돼 커피를 반값에 샀다. 다만, 상세히 설명하기엔 너무 구차할 것 같아서 승부에 대한 내용은 생략한다.

 

 

한참을 쉬고 났는데 VR 체험공간이 한산했다. 지난번 방문 때 독특한 체험기구가 눈에 띄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못해본 코너였다. 냉큼 달려가서 대기석에 앉았다. 여대생으로 보이는 일행 세 명이 우리 앞에 체험 중이었다. 기구에는 한 여학생이 가상현실에 완전히 동화되어 환희와 놀라움이 섞인 비명을 연신 질러대고 있었다. 그녀의 솔직한 감정표현에 안내 요원과 일행, 우리도 함께 웃었다. VR 체험공간은 동시에 세 명까지 탈 수 있어서 안내 요원이 나에게 바로 탑승을 권유했다. VR은 업무 때문에 이미 수십차례 경험해봤다. 새로울 건 없었다. 다만 몸 균형을 이용하여 각도를 맞추는 독특한 체험기구는 처음이었다. 팔다리 여기저기에 힘을 주는 게 어색했다. 겨우 적응해서 롤러코스터 타는 컨텐츠를 큰 기대 없이 보고 있는데 여학생 일행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저 아저씨 되게 평온하게 타신다~”

 

헉. 아저씨. 순간 호흡이 틀어지며 기구가 휘청했다. 평소 늙어감을 서글퍼하거나 외면하지는 않아 왔다. 아저씨란 소리도 몇 번 들어봤다. 하지만 오늘 들은 아저씨는 마음속의 울림이 달랐다. 앞서 들은 아저씨가 학생이나 총각으로 부를 수 없는 불가피성이 포함된 대명사다운 호칭이었다면, 오늘의 아저씨는 마치 내 이름과도 같은 아저씨로 그 순간 마음에 박혔다. 어쩐지 나는 오늘부터는 명백하게 아저씨라고 느껴진다. 우연한 한마디 말이 인생의 매듭을 만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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