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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일기

20181118 크레마 그랑데

쟈니김 2018.11.18 21:48

안 읽더라도 집에 책을 쌓아놓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 얘기를 한 사람이 운전하는 차 앞으로 끼어들어서 급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켜켜이 쌓인 일상의 부산물과 늘어난 책들 때문에, 내 서재(라고 주장하는 작은 방)가 이제는 더 이상 책을 수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다 읽지 못한 책이 열에 아홉이라 버릴 수도 없다. 나 혼자 만족하겠다고 사재끼는 책 무게로 지은 지 22년도 더 돼가는 아파트에 하중을 더하고 싶지 않다. 고심 끝에 큰 결정을 내렸다. 전자책 리더를 사기로.

결승에서 맞붙은 건 크레마 그랑데와 페이퍼 프로였다. 페이퍼 프로는 리디북스 단말이라는 점이 상당한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얼마 전 밀리의 서재 구독권 이벤트로 체험을 해보고, 밀리의 서재를 사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단말에서 공식적으로 열린서재 기능을 지원해 밀리의 서재가 제공하는 APK 설치가 가능한 크레마 그랑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회사전자도서관 이용이 가능한 교보 앱도 정상작동하고, 소장하고 있는 파일도 볼 수 있어 고려했던 포인트를 모두 만족하는 선택이 됐다.

다만 우려한 건 읽은 책의 기억이었다. 종이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내용이 별로 없는데,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훨씬 더 기억이 안 난다. 게다가 종이책 실물이 없으니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조차도 잘 기억이 안 나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최근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핸드폰으로 절반가량 읽었는데도 전자책을 고르면서 카트에 넣어버렸다. 그래서 짧더라도 반드시 서평을 쓰기로 했다. 조만간 어쩌면 서평을 쓰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실망해 중고로 내다 파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나는 오늘, 새로 산 크레마 그랑데로 최근 가장 좋아하는 최민석 작가의 ‘고민과 소설가’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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