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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송탄부대찌개였다. 평소 나는 온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나, 부대찌개 앞에서만큼은 주장이 강하다. 송탄식 부대찌개는 기본 건더기가 많은 계열이므로 3인분에 별도의 추가 사리 없이 라면사리만 두 개를 넣는 ‘더블사리부대찌개’ 가 내 취향이다. 덕분에 ‘이게 라면이냐’는 비아냥을 듣긴 했으나 꼬들꼬들한 면발로 시작된 즐거운 점심을 마쳤다.

앞치마 벗는 사이에 덩치보다 상당히 민첩한 속도로 우*원님이 계산을 마쳐버렸다. 밥을 얻어먹은 게 되어 버려 커피를 내가 샀다. 평소 나는 순종적이기 그지없는 사람이나, 오늘만큼은 현대차가 전시된 커피빈 매장을 가자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신형 투싼 실내를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쯤에 1차 시승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었다. 신형 투싼은 2층에 전시되어 있어서 애써 올라갔더니, 어떤 60대 아주머니께서 심각한 얼굴로 전시차 조수석에 앉아 통화하며 실내정숙성을 느끼고 계셨다. 운전석 문을 열면 자리를 피하겠거니 하고 기대했으나 힐끔 한번 보더니 내차 문 왜 여냐는 표정으로 통화를 이어나갔다.  무시하고 운전석에 앉기에는 난 아직 수줍음 많은 어린 40대라 차마 그러진 못하고 후일을 도모했다. 그날이 오늘이었다.

커피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갔다. 시승차에는 이미 두 명의 남자가 앉아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담소를 나누며 차가 비기를 기다렸다. 담소가 길어지고 있는데도 두 남자는 계속 앉아있다. 등을 기댄 채 앞을 보는 표정이 사뭇 심각하다. 담소를 나눌 주제가 떨어져 이제는 슬슬 마가 뜨고 있다. 그들이 한강 둔치에서 밀어를 나누는 연인으로 보인다. 동성 간 결혼 합법 국가로의 이민계획을 세우는 중일 거야. 방해하지 말자. 가자.

나는 오늘, 송탄부대찌개 점심을 먹고 동성결혼에 대한 나무위키 항목을 찾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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