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기사단장 죽이기
저승사자를 본 적이 있다. 십여 년도 더 전에. 한창 자다가 가위눌리던 기간이었는데, 자다 눈을 뜨니 침대 옆에 서 있었다.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검은 갓을 쓴 한 사내였는데, 갓 그림자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데 목소리가 나올 리 없었다. 한참 동안 나를 응시하는 기분을 느끼며 공포를 만끽하고 있는데 나를 잘못 찾아왔는지 어느 순간 없어져 버렸다.지금도 나는 저승사자를 봤던 그 방에서 매일 잔다. 가끔 집에서 혼자 잠드는 날이면 불현듯 그 생각이 떠올라 소름 끼치게 무서워질 때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는 딱 내가 봤던 그 저승사자 이야기다. 책을 읽는 내내 저승사자 생각이 났다. 내가 본 저승사자는 정말로 세상에 실재하는 존재였을까. 검은 두루마..
잡문
2017. 11. 12.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