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왔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초급 일본어 구사 능력과 여행자 신분으로 맞이한 타국의 일상은 철저히 오프라인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 매일 같이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던 당연함은 이곳에는 있을 리가 없었다. 쇼핑사이트 계정도 없고, 상품 설명을 읽을 수도 없다. 설령 주문해 배송이 오더라도 연락받을 전화번호도, 맡기라도 할 경비실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말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소비 포기 수준의 미니멀리즘까지는 아니어도, 간단하고 소박하게 지내보자는 같이 사는 분과의 합의를 통해 한국에서 가져오는 짐을 최소화했다. (다행히도 짐 최종 명단에 PS4는 포함되었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생활 필수 아이템은 사야 하기에 차를 타고 삿포로 시내 각지에 있는 쇼핑몰을 ..
지금은 기억도 까마득한 학부 시절, 한동안 대학원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학문을 탐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끈기와 진리 탐구를 향한 무열정을 자각한 탓에 긴 고민 없이 단념할 수 있었다. 당시 잠시나마 고민했던 배경에는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상당히 컸었다. 교수가 되고 싶었던 이유 중에는 매년 새로운 여학생들과 즐거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바로 ‘안식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일 년간 강의와 연구활동을 벗어나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점이 몹시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안식년 좀 누려보겠다고 교수가 되는 과정을 감내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입사 후 한동안은 취업에 성공했다는 기쁨과 커다란 ..